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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파테르 7 (대성당 부지)

Rebelli 2024. 4. 6. 19:01

파테르 대성당
대성당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대성당 본건물뿐만이 아닌 다양한 건물이 속해있는 부지 전체를 통칭한다.
건축시기는 힐데가르데 수도원보다 늦게 지어졌다.

해당 부지에는 중심이 되는 대성당과 기숙사, 별채와 도서관 등의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총괄적인 관리 권한은 대주교에게 있으나 대부분은 부지 내 건물, 단체의 관리장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힐데가르데 수도원과 매우 가까워 다방면으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수도원까지도 대성당의 일부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현재 대주교인 아퀴노 힐데문드가 힐데가르데 수도원장도 겸직하고 있기에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우선 힐데가르데 수도원은 제쳐두고 대성당 부지 내에서 본청 외에 괄목한만한 건물은 도서관이 있다.

사투르누스 도서관
Saturnus Library

파테르 내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다.
본래 힐데가르데 수도원에서 제대로 된 도서 관리 시설 없이 보관 중이던 다양한 고문서들을 옮겨오기 위해 건축되었다.
어쩌다보니 본 업무 외에도 대성당의 행정 업무나 서기 업무도 겸한다.

수많은 수도원생들을 교육하고 신학자, 사제들을 배출해 낸 힐데가르데 수도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래 설계로는 방대한 문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거대한 규모의 도서관이 필요로 했고, 발전된 건축 기술을 이용하여 사투르누스 도서관이 건설되었다.

사투르누스 도서관의 특징이라 하면 장엄한 규모도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지하층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를 고려하면 지하에 존재하는 넓은 공간은 파테르의 건축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해당 지하공간은 고서관으로 불리며 일반인들에게는 열람이 불허되는 금서와 고문서, 매우 희소한 문서의 원본 등이 보관되어 있다.

고서관이던 도서관이던 엄청난 문서량이지만 도서관 관리 인원은 꽤 적은 편이기에 업무량이 생각보다 많다.

도서관 관리 인원 중에서도 고서관의 문서들을 직접 열람하고 관리하는 것은 취급인가를 가지고 있는 인원만 가능하다.
고서관 관리 인원은 현재 두 명으로 그중에는 도서관장인 마그놀리안 카르넴 (Magnolian Carnem)이 있다.

이들조차도 매일 상태 일지를 작성해야 하며 복원, 해석 등의 업무를 위해 열람해야 한다면 보고 되어야 한다.
일지 결재는 도서관장이 직접 할 수 있지만 열람 또는 불출 시에는 대주교에게 보고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는 건 외부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함이다.

비밀로 취급되는 고문서들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경위가 있으며 파테르의 과거 등의 오랜 역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문서가 유출될 경우 사회적으로, 대국적으로  혼란이 발생될 것으로 사료되기에 싹을 자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자신들의 약점을 숨기려는 움직임은 다른 도시들에게 파테르는 속을 알 수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파테르에겐 그런 야유보단 그것들을 숨기는 게 더 중요했을 것이다.

거기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는 파테르에서도 극소수의 인물만이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탓에 그 정보는 곧 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숨통을 죌 수도 있다.
마그놀리아 등 고서관 관리인은 비밀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는 대주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조용히, 철저히 그들을 감시하고 있기도 하다.

Magnolian Carnem
마그놀리안 카르넴

사투르누스 도서관장이다.
힐데가르데 수도원 출신으로 가문의 배경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으나, 마그놀리아의 우수한 성적과 부모와 유력 가문의 유착으로 요직을 맡게 되었다.

마그놀리아의 부모는 높은 분들에게 성의를 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그중 가장 큰 성의는 마그놀리아였다.

우수한 성적과 충실함을 갖춘 인재는 매력적이었고,
상부에서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복종의 정도였다.

지시받은 일에 대해선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었다.
어떻게 이 정도로 교육시켰는지는 크게 궁금하진 않다.
상부에선 마그놀리아를 적당한 관리직에 적극 추천했다.

원래대로라면 거기서 끝났을 찝찝한 이야기이지만,
수도원장을 겸하고 있는 대주교는 학생과의 면담도 업무의 일환이다.

그중 주목받고 있는 마그놀리아와 대면했을 때 대주교는 그녀의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거의 없는 듯한 자기주장, 정해진 말만 하는 듯한 대답, 마치 누군가가 자기 취향의 옷을 입혀놓은 인형과 같았다.

대주교는 마그놀리아에게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마그놀리아를 둘러싼 배경을 파악했고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율시간은 수도원 도서관에서 지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주교라는 위치상 마음대로 참견이 힘들기에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어 그녀의 단단히 잠긴 인간관계에 비집고 들어갔다.
마그놀리아또한 오랫동안 결여되어 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갈망하는 애정을 받게 되자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대주교는 마그놀리아를 억압하는 환경의 변화가 먼저라 생각했고 외부와 어느 정도 두절되어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닌 대성당 도서관 관리원으로 차출했다.
갑작스러운 대주교의 관여에 작은 소동이 일었지만 마그놀리아는 대성당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본래의 환경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낸 것이 아니라 마그놀리아와 친분이 있던 비서를 통해 극도로 수동적이던 자세를 개선해 나갔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아주 약간의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그 조금의 변화가 그녀에겐  스스로의 가장 큰 변화였다.

문제였던 자신이 변하고 나니 본래 우수했던 성적과 평소 문학을 좋아한 덕분에 일에는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갔다.
마그놀리아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성숙해지고 나자 대주교는 공석 예정이었던 도서관장을 위임시키고자 했다.

전 도서관장 또한 이에 긍정적이었기에 도서관장은 마그놀리아가 된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 마그놀리아는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나 과거에 비하면 조금 소심한 사람 정도이기에 문제는 없다.

대주교 입장에서도 순종적이고 문제 일으킬 걱정이 없는 게 좋긴 하니 말이다.
마그놀리아의 이런 성격적인 특성 탓에 대성당 측과의 관계는 원만한 편이다.

과거로부터 비밀이라는 힘을 쥐고 있는 도서관 측이 이를 이용해 갑질 아닌 갑질을 할 수 있었고, 아무리 대주교라도 함부로 도서관장이라는 요직을 해임을 시킬 수는 없었기에 관계가 틀어질 땐 감정의 골이 꽤 깊어지기도 했다.

도서관의 힘을 계속해 과시해야 자신들의 입지를 지킬 수 있으니 독사굴 같았던 파테르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유능하고 이성적인 대주교가 있는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전통은 필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