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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파테르 5 (베레투)

Rebelli 2024. 4. 6. 18:47

Veretu 베레투 가
베레투 가문은 추정되는 가문의 역사로는 힐데문드나 바니타움 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역사와 종교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베레투란
미지의 존재이다.
고서와 온갖 역사서에 드물게 베레투란 이름이
등장하는데, 현재 기록상 가장 오래된 언급은
파테르 성립도 이전이다.

역사서란 개념도 미약하던 시절부터 베레투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승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그런 아득한 역사의 베레투 가는 과거 어느 순간
수면 위 활동을 멈추었다.

현재도 이름은 남아있으나 극히 드물며
베레투는 이미 없어진 가문이 아니냐며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가끔 베레투의 성을 지닌 사람이 있어도 9할은
가문과 아예 접점이 없었다.

베레투는 오래된 이름인 만큼 본가 외에도 민간에
각지로 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테르 내 베레투들도 큰 연관이 없는 걸 보면 가문 내 집속력이 매우 약하다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분명 존재했던 베레투의 본가는 어디로,
어째서 숨어들었는가?

파테르보다 먼저, 성역 숭배와 함께 시작되었다
추정되는 깊은 뿌리의 가지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
이는 현재 파테르 사학자들에게
가장 큰 수수께끼이다.

미궁 속 베레투의 과거를 찾아 온갖 문서를 뒤지다 보면 특이한 언급을 자주 볼 수 있다.
베레투의 이름을 가진 예언자가
나타났다는 언급이다.

이 예언자라는 건 일종의 “종교적 경험”을
부여받은 인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성직자와 사제를 대신해 왔고 민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는 이 예언자를 신내림을 받았다 고
표현하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현재의 베레투는 이런 점을 아예
모르고 있기에, 분명 베레투의 본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베레투의 순수한
핏줄이 어딘가 분명 존재할 거라 믿고 있다.

신내림
현재 베레투 가문의 실상은 처참하다.
겨우겨우 명맥이 이어질 정도로 사람이 부족하며
장성한 이들 조차 외부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혈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중요한 사실이다.

아직도 예언자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특이성 때문에 베레투는 유지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가문이 사라지려 하고 있지만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순수한 피의 아이가 태어나
신내림을 받게 되면 예언자로서 불리며
자신만의 사명을 따르게 된다.

아이가 예언자인지는 태어나자마자 알 수는 없다.
순수한 피의 아이가 5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밤부터 심각한 고열에 시달리게 된다.
부모는 그저 기도할 뿐이다.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기에 순응하고 두려워해야 했다.

베레투 가 내에서도 이런 현상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인간의 범주를 넘은 무언가의 개입이었다.
아이가 3일에 걸친 고열을 겪으며
무언가로부터 선택받는다면
눈동자에 기묘한 교차 무늬가 생겨난다.

이것이 신내림의 증표이자 예언자의 표식이다.
만일 선택받지 못한다면
죽거나
죽는 게 나은 삶을
살게 된다.

이 신내림의 과정에서 손을 쓰지 않았던 부모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불가해한 존재의 의지를 방해하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 대가는 의식체의 신체였다.
고열은 얼마 안 가 멈추고 아이의 의식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위화감을 느낀다.

오감 혹은 사지의 일부분을 빼앗긴 위화감.
이제 5세가 된 아이가 감당하기엔 큰 대가였다.
살았기에 다행이다. 고 위안하려 해도

의식체는 신앙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최후의 강렬한 종교적 체험에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아이는 단순 신체만을 빼앗긴 게 아니었다.

신앙심을 느끼게 하는 믿음.
믿지 못하고 신뢰를 저버렸기에 빼앗겼다.

그게 설령 자신의 부모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믿지 못하는 이는 파테르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의식체는 자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믿음이 비워진 자리에는 증오가 들어선다.
살아났음에도 결국 절망적인 결말을 맞이한 데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다만 신내림은 순혈의 여자아이에게만 나타난다.
이로 인해 베레투 내에선 여성의 권위가 높고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베레투에서 여자아이를 낳는다는 건 숭고한 일이면서도 기피되는 일이다.

특히 가문을 돌아선 이들이 저주에 대해 잊고 있던지 모르고 있던지 가정을 꾸리게 되고, 자신의 손에 여자아이가 들려졌을 때 절망은 크게 돌아온다.

다만 대를 거쳐 피가 희석되면 발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풍문이 있다.

베레투의 순혈 핏줄에 내려오는 이러한 족쇄에 역사 내내 큰 번영을 이루진 못했다.

하지만 신내림을 받고 선택된 예언자가 탄생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언자 한 명의 탄생은 그녀의 모든 행동이 파테르 전체에 깊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 어쩌면 신의 말을 전하는 매개체.
파테르엔 소수이지만 항상 베레투가 중심이 된 것에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이후 종교가 발전하며 나타난 대성당에서도 예언자의 존재를 조용히 인정해 왔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몇 세기 간 예언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베레투에게는 매우 뼈아픈 결과로 다가왔고 지금에 이르러 세력은 거의 사멸에 다다랐다.
그 와중에도 베레투의 순혈 핏줄은 언젠가의 재기를 위해서인지, 언젠가 찾아올 예언자의 재림을 기다리기 위해서인지 명맥을 이어왔다.

베레투의 뒤에서는 예언자라는 듣기 좋은 이야기를 추종하는 이들의 도움도 있었다.

그리고 대략 20년 전, 오랜 고난에 드디어 신이 대답하듯
새로운 예언자가 다시 탄생했다.

Renatilla Agnus Veretu
레나틸라 아그누스 베레투
현재의 유일한 예언자이자 몇 세기만에 등장한 대행자.
대부분은 레나타로 통한다.

더불어 자신의 추종집단인 passion을 이끌고 있다.
베레투와 파테르가 큰 기대를 건 그녀였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문헌 속에 남아있는 예언자로서의 제한적인 삶을 살던 도중 어디론가 가버렸다.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레 출타한 그녀를 말릴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녀의 뜻이 곧 신의 뜻일 수 있기에 조심히, 마치 유리인형 다루듯 접촉 없이 그녀를 보호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녀가 목적지도 없이 세상을 돌아다닌 지 7년째가 되어가자 대성당도 베레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여행에서 예언자로서의 모습은 일절 볼 수 없었고 의미모를 행동들의 반복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는 왜인지 추종자들이 생겨있었고 대성당 측에서 붙여둔 인원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여행을 계속할 뿐인 그녀를 관리하는 건 포기해야 했다.

예언자가 원래 이런 지 조차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원대한 일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인지.